대구출신의 서양화가로서 서울에서 활동중인 중견 서양화가 김일해의 개인전이 1994년 동원화랑 전시이후 대구에서 8년만에 마련된다. 21c문화포럼 이사장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그는 구상작업들은 이미 국내외 주요화랑을 통해 소개된바 있으며, 현재에도 다양한 미술전문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의 이번 작품전은 150호의 대작을 비롯 다양한 소재의 작품 20여점이 소개되며, 오는 12월 6일(수)부터 11일(월)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053-420-8014)에서 마련된다.
김일해의 창조된 구상은 우리나라 근대기 미술의 인상파를 모방했던 작가들의 경향과 닮아있다. 빛이 들어 변화한 풍경을 그때의 느낌으로 촉각적으로 표현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확실히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과 관련되어 있다. 빛이 들어 완전히 다른색으로 변화한 풍경은 작가의 시선에 의해 다시 한번 왜곡된다. 왜곡된 색채 속에서 관람자들은 다른 풍경을 접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이 작가 고유의 색이 된다.
김일해는 자신의 그림이 개별성이 없이 서로 비슷해지는 것에 걱정을 두고 작업한다. 하지만 구상회화에서 형태를 변형하는 것은 추상에 가까워지는 것이기에 작가는 색채에서 독자성을 찾았다. 독자성을 찾는 작업은 일단 풍경이 가지고 있는 고유색을 인식에서 버리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고유색을 거부하면서 그 화면에 맞는 새로운 색을 집어넣어 생명력을 부여한다. 즉 화면을 주도하는 색을 작품의 주제로 보고, 이 주제를 잘 도울 수 있는 색채를 만들어 화폭을 채워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일해의 작품은 색의 사용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비감을 더해 준다.
마치 근대기 양화 작가들이 다양한 색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향토색’ 하나만으로 깊은 정서를 전달했던 것과 같이 김일해는 자신만의 정서를 단순한 색으로 전달한다. 물체 고유의 색에서 벗어난 ‘느낌의 색’으로 구성된 캔버스는 함축적인 터치와 함께 단순화되어 작가만의 풍경으로 거듭나게 된다.
느낌으로 풍경을 대하고, 자신의 주제를 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작가 자신의 끊임없는 생각과 연관된다. 김일해는 풍경에 대한 사색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오랜 사색의 과정을 거친 후, 자신만의 주제와 색이 정립되었을 때 비로소 캔버스를 대하는 것이다. 화면에 채색되는 점은 이미 철저한 계산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여기에서 김일해만의 독자성을 찾는다. 김일해 색이 인상파 화가들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이러한 동양의 사색(思索)적 부분이다. 인상파 화가들이 빛에 의해 왜곡되고 변화한 풍경을 즉석에서 그 때 받은 느낌 그대로 묘사 한 것에 비해 김일해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았던 풍경을 사색하여 구성한다. 작가는 기억된 풍경을 점과 선, 크기, 거리, 공간으로 구성함과 동시에 주제로 선택한 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주변의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색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회의 김일해 작품은 한 층 성숙된 사색을 담고 있다. 이전 작품보다 구체적인 형태가 감소하는 것은 시각적인 이해보다 뚜렷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난 사색의 공간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작품에 따라서는 현실적인 공간개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추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작자가 사색한 결과 이루어진 정서를 담은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갤러리도올 큐레이터 장보람 글에서 부분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