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과 한봉덕 그들은 같은 시대에, 각자의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살다간 작가들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백남준과, 스톡홀름 대학에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한봉덕은 열정적인 작업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나보게 될 두 사람의 드로잉은 무척 다르다.
행위예술, 비디오 아트, 레이저 아트의 미술 장르를 개척한 대가로 불리는 백남준의 드로잉은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 중에 그린 작품들이다.
유치원생이 장난치듯이 그린 물고기와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신문을 보다가 떠오른 영감을 그대로 신문 위에 쏟아놓기도 하였다.
세계적인 명성 뒤에 잠재되어 있는 천진난만함과 위트를 잃지 않는 작가의 개성이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그의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봉덕은 우리의 전통회화와 함께 성삼문이나 추사체를 원용한 문자의 이미지를 현대 미술에 접목시킨 훌륭한 작가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정신을 한국의 모필을 사용하여 서양적 기법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한 맨 처음 단계를 훌륭한 드로잉이라고 믿고, 한시도 연필과 스케치북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작가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실만을 그리는 그의 드로잉은 매우 철저하다. 수없이 반복되고 교차하는 그의 필력을 보노라면 작품을 대하는 작가 한봉덕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백남준과 한봉덕의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비교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