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사라졌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한 노력이 소원해지고 좋은 글을 읽기 위한 것 또한 그렇고, 영화라도 예술영화를 보며 두 시간 동안 머리를 업그레이드 시켜 보려던 노력조차 사라져 가는 것이든 원래 제자리로 가는 것이든... 이제 더 이상 그러기 힘들어...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에너지가 변한 것 일까...?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있나 봤더니 한잔씩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부터 카운팅을 하기 시작했고 거창하게 1000잔이란 제목을 일기의 첫머리처럼 붙여 보았다. 우리의 일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아무리 꾸며 보려 해도 추한 단면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내 자신은, 아니 특히나 내 자신은 나의 이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최대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스스로가 이미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그림 안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아름다움의 본질보다는 딱 봐서 그림이 되어야 한다. 얄팍하고 가벼운 느낌도 안 된다. 고급스러워야 하고 뭔가 있어 보여야 한다. 이쪽으로 접근하든 저쪽으로 접근하든 신기하게도 좋은 것은 만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좋아지기 위해선 뭐든지 노력이 필요하다 .희생을 감수하고 마음의 수련을 해야 하는데 우리에겐 커피가 그 수단이다. 약처럼 (누군가는 독이라고 했다.) 삼키는 에스프레소는 나에게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혹은 이 순간은 여왕처럼 커피를 마신다고 믿는지도 모른다. 1000잔을 다 마시고 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날을 기대하는 것, 어쩌면 커피를 마시는 많은 이들이 벌써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