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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e-mail로 보낸 사진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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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4.05.수~2006.04.11.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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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신흥산업국가들은 근대화의 개념을 건물공간에 투영하려 하였다. 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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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산업국가들은 근대화의 개념을 건물공간에 투영하려 하였다. 국가는 ‘고급 모더니즘’ 건축계획의 원리인 ‘ 웅장, 장엄, 기능’적인 측면을 건물의 외관, 혹은 내부공간에 적절히 반영시킨다. 대중들의 견해, 정서 등과는 전혀 상관없이 소통과 개입의 여지가 없는 국가의 권력을 건물의 외관, 혹은 공간을 통해서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공간의 폭력을 암묵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관습적으로 보아온 건물들에 내제된 속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일상적 주변의 공간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안적 공간이나 소통과 개입의 여지가 있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4월 5일부터 11일까지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최되는 고현주 개인展’기관의 경관’을 통해서 갖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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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사무치기까지 우리는....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 정책 대학원 교수/방송인)
고현주의 시선은 사물의 본질에 명확하게 꽂힌다. 도대체가 머뭇거림이 없는 그녀의 시야에는, 일상의 세계가 숨겨온 비밀이 드러난다.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무너지는 즐거움이 거기에 있다. 그건 단지 파격만을 노리는 의도적 해체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계기를 포착하는 순간이다. 이번의 전시는 더욱 그런 순간들의 긴장을 체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런 경우, 그녀는 돌발적이고도 매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잠시 혼란에 빠지게 하는 기습적인 방식이기보다는, 침착하게 동의하도록 만드는 진지한 응시를 고현주는 우리로 하여금 가능하도록 해준다. 그녀가 제출하는 메시지는 그런 의미에서 관객의 마음을 윽박지르지 않는다. 은폐된 논리를 둘러싸고 있는 선과 구도가 가지고 있는 허위를 간파해내는 고현주의 눈길은,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의 바람과 하늘을 닮았다. 서늘하면서도 따뜻하다.
아마도 그건, 허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화려한 포장술에 속지 않으려는 정직함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녀에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길러져 온 생명의 순수에 대한 깊은 애정의 산물이다. 그녀의 손에 들려진 카메라는 그래서 그녀 자신의 영혼에 의해 각도와 명암을 결정한다. 대상의 내면에 스며드는 힘을 갖추려는 것은 모든 예술가의 갈망이다. 고현주는 훈련 이전의 본능으로 그걸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온 작가이자, 그에 더하여 이 시대에 무엇을 발언해야 하는가에 대해 결코 무지하지 않다. 아니, 도리어 바로 그 발언이 그녀의 예술적 영역이기도 하다.
본래 사진이란 다가서기에 따라 무제한의 이미지를 창출하기 마련이다. 그건 인간과 사물에 대한 이해를 하나로 고정시키지 않는 자유로움을 준다. 하지만 때로 그것은 속임수가 될 수 있다. 사진과 실물의 거리가 확인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보다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되기도 한다.
“실체적 진실”은 따라서 언제나 사진의 고뇌이다. 아니, 운명일 수 있다. 고현주는 이 운명의 중심에 서서 가식 없는 단도직입적인 선택을 한다. 해부학 강의실의 생체를 그녀는 자신의 필름 속에 옮긴다.
해부되는 생체는 다만 대상이 아니다. 목소리 없는 피사체(被寫體)로 끝나지 않는다. 칼을 든 교수와 교수의 지시를 따르는 학생과, 해부되어가는 존재 사이에 있는 것은 과학적 탐구를 넘는 권력의 힘이다. 이 해부학을 가능하게 해주는 권력은 이 모든 움직임과 강의실의 구조, 그리고 교수의 권위, 학생의 위치를 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고현주는 미셀 푸코가 기원사적(起源史的)으로 접근했던 현실을 <각도의 문제>로 푼다. 그건, 현실에서 대체로 직시하려 들지 구도이다. 아니, 너무 깊게 무의식의 지층이 되어 있어서 사회심리의 고고학적 발굴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정작은 유럽의 중세와 봉건, 그리고 부르주아 체제의 혁명적 조건 아래에서도 그리고 식민의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포기되고 있지 않은 “권력의 설계도”가 거기에 있다.
회화(繪畵)가 사물을 그대로 본뜨는 모사(模寫)를 초월하는 경지를 오랜 세월 목표로 삼아왔다면, 사진은 모사의 경계선을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는 본질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진은 기술적인 무수한 시도를 통해 회화이고 싶어 하며 시이고 싶어 하고 또한 기록을 넘어 현장 자체이고 싶어 한다. 이건 사진작가들에게 언제나 유혹이다.
고현주는 그런 유혹에 냉담하다. 카메라 속에서 그녀는 대상과 끊임없이 교류한다. 너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서 그런 모습으로 있는가 하고 묻는다. 그리고 어떤 것이 너의 정체인가 하는 질문을 주저 없이 던진다. 고현주가 사람을 찍을 때 우리는 그녀가 자신이 선택한 각도가 아닌, 대상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 그 각도에 충실하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논리를 상대에게 입히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 자기를 맡기려는 것이 그녀의 세계관이다. 그것이 기록이 되건 현장이 되건 아니면 파스텔화가 되건, 표현방식이 그녀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다. 대상과 마주할 때 필연적으로 나와야 할 “질문”이 고현주의 시선을 주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피사체의 목소리를 그녀의 사진에서 듣는다.
고현주가, 깨어져나간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창문을 찍으면 우리는 포크레인 소리를 듣고 빈곤과 희망이 겹쳐진 달동네의 소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컵 속에 놓인 꽃을 카메라에 담으면 우리는 그 꽃을 바라보는 이의 애틋한 마음에 자신의 나신(裸身)을 수줍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존재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듣게 된다.
해서 우리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 공간을 보면서도 권력이 어떻게 그곳에서 자신의 육성을 내고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높고 거대한 지붕과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의자들, 그리고 하나의 점으로 집중된 일체의 배치와 현대적 양식을 살짝 입힌 중세 유럽의 가죽 소파들, 그리고 누구도 함부로 옮길 수 없는 책상에서 오늘날 이 나라가 도처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며, 반역의 징후를 다스리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건 그러나 고발이 아니다. 폭로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그건 저널리스트의 사진첩이 된다. 물론 그것을 격하하려는 뜻은 없다. 고현주는 침묵하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어디에 높은 장벽이 세워져 있는지, 그래서 열려진 공간처럼 보였던 곳이 사실은 닫혀 있는지, 그것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고발이나 폭로와 다른 점은, 그것이 상대를 난도질하고 비난의 대상으로 즉각 삼으려는 선정주의적인 의도가 있는 반면에, 고현주는 우리가 일상의 세계 속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질서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조용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그걸 그녀는 묻고 있다. 모든 권력이 결국 부패하고 기득권이 되어갈 수밖에 없는, 그리고 혁명에서 시작했던 것들이 군림의 욕망으로 변질되어갈 수밖에 없는 비밀의 기원을 그녀는 우리 모두 솔직하게 보자고 하는 것이다.
고현주가 정녕 찍고 싶은 것은 제주도의 바람과 물, 별과 나무 그리고 소박한 사람들의 표정일 것이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그걸 진실로 사무치게 찍기 위해 그녀는 그 아름다움을 모멸하고 있는 일체의 것들에게 먼저 그녀의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그래서 그 사무침이 더 이상 억누를 길이 없을 때, 아름답지 못한 것들의 허상이 더 이상의 포장의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그녀의 새로운 작품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는, 고현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흙의 세계는 제대로 보일 리 만무할 터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사무치지 못한 영혼의 지점에 서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녀의 세계는 지금 우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세례”가 되고 있다. “권력의 집”은 예술을, 단연코 이길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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